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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순천시, 다시 보는 순천 이야기 (2)

꽃문어맨 2023. 8. 11. 16:57

순천시, 다시 보는 순천 이야기 (2)

순천은 순할 순(順), 하늘 천(天)을 쓰는 지명을 갖고 ‘하늘에 순응하다’라는 뜻을 지닌 도시다. 3월 말 따뜻한 봄이 찾아온 순천은 하늘이 푸르고 높았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순천시청에서 준비한 팸투어에 참여하면서 순천을 여행한다면 가봐야 할 다섯 곳을 꼽아 보았다. 동네에서 가가호호 정원을 가꾸는 정원마을 저전, 순천의 향토음식점들, 우리나라의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철도마을역사박물관, 조선의 공기를 느껴볼 수 있었던 낙안읍성, 그리고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로 도심정원을 느낄 수 있는 천변 산책로가 그 주인공들이다.

 

순천시 국제정원박람회의 쉴랑게

민속

대표적인 민속놀이로는 환선정선유락(喚仙亭船遊樂)과 줄다리기·농악 등이 있다. 환선정은 순천의 동서 쪽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이 합류하는 곳에 있었는데, 이곳에 선유락(신라 때 비롯된 향악정재에 속하는 무용)에 쓰이는 배가 있었다.

이 배에서 벌이는 놀이는 먼저 머리를 쪽 찌지 않은 동기(童妓)들이 배 돛의 앞뒤에 갈라서고 두 여기(女妓)가 배 앞에 서면서 시작된다. 호령이 떨어지면 38명의 무기(舞妓)들이 주악에 맞춰 어부사를 부르며 춤을 추고 행선하면서 빙빙 돈다. 승선한 뒤에도 노래와 춤이 한참 계속된 뒤에 끝난다.

줄다리기는 음력설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에 행해지는데, 양편으로 갈라 승패를 다투고 그 해의 풍흉화복을 점쳤다. 섣달그믐쯤 동민들은 각기 짚도매·새끼를 가지고 모여 지름 30㎝, 길이 60∼70m 정도의 줄을 만든다.

줄다리기에 앞서 젊은이들은 농악을 치며 온 마을을 돌면서 사람을 모았다. 세 번의 싸움으로 승패를 가리는데, 줄을 당기고 쉬는 동안에는 줄다리기 민요를 불렀다. 이기는 마을은 상대편 마을 사람의 시체를 운상 한다는 의미로 빈 상여를 메고 상여굿을 해 조롱하고, 마을 유지들은 사람들을 불러 술과 떡을 대접하였다.

이 밖에도 달맞이놀이·횃불싸움·승경도놀이·활쏘기놀이·씨름·연날리기·강강술래 등이 있다. 강강술래는 생산의 상징인 여성들이 풍요를 의미하는 만월을 즐기면서 마을의 화목과 풍년을 칭송해 노래하는 놀이이다. 한가위나 정월 대보름의 놀이로서 늦은강강술래·중강강술래·자진강강술래·남생아 놀아라·고사리꺾자·기와밟기·덕석몰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서로 손을 잡고 오른발부터 먼저 옮기면서 차차 빨리 움직이며 춤을 춘다.

농악은 정월이나 가을에 많이 하는데 고사를 지낼 때는 어울림굿을 일박으로 치면서 농악대를 모으고, 이박으로 흥을 돋우어 나가서 고사를 지낸 뒤 오방진을 친다. 오방진은 잡색(악기는 치지 않고 춤만 추는 사람)들이 오방기를 들고 농악대의 앞장을 서서 동·북·서·남·중앙으로 돌면서 상쇠의 지휘에 따라 여러 가지 농악 가락을 치면서 풀어 나간다. 이 밖에도 정월 보름에는 달집놀이·쥐불놀이 등을 했으나 청소년들이 도회지로 이탈함에 따라 그 풍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순천의 동제는 사직단·여단(厲壇)·성황단·당산 등에서 지낸다. 사직단에서는 봄·가을에 지신과 곡물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는데, 옛날에는 순천부사가 직접 제주가 되어 집행하였다. 여단의 제는 자손이 없거나 주인이 없는 무리신을 위한 합동 위령제로 봄·가을 두 번씩 열린다.

성황단은 이 지방을 수호하는 산신들에게 제를 지내기 위해 만든 곳이다. 가장 유명한 해룡산사(海龍山祀)는 견훤의 사위인 박영규가 해룡산신이 되었다고 해 해마다 봄·가을에 제를 지내는 곳이다.

당산제는 보통 음력 정월과 가을 추수가 끝난 뒤 두 차례씩 행해졌다. 지금은 가을 제만이 남아 극히 간소하게 지내지만, 아직도 농촌에서는 이 풍속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거의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설화·민요

이 고장에는 사찰 연기 설화, 자연물에 관련된 설화, 지명 유래담, 효행 설화 등이 많이 전해 온다. 삼보 사찰 중 승보(僧寶) 사찰로 유명한 송광사의 연기 설화는 신라 말엽의 이야기이다.

당대의 고승 혜린대사(慧璘大師)가 제자들과 깊은 산속에서 수도하고 있었는데, 제자들이 전염병에 걸리고 맹수의 위협으로 시달림을 당하였다. 제자들의 고통을 본 혜린대사는 정결한 곳을 찾아 부처님에게 구원을 빌다가 문수보살의 돌부처를 발견하였다. 그 앞에서 7일 기도를 하니 마지막 날 꿈에 석가여래가 나타나, 이제 불법을 모두 터득했으니 새로운 절을 세워 중생 구제의 큰일을 행하라고 하였다.

깨어 보니 제자들의 병이 모두 나아 있었다. 대사는 다시 돌부처 앞에서 가는 길을 인도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러자 늙은 스님이 나타나 석가모니의 불보를 전해 주며 송광산에 절을 지어 모시라고 하였다. 대사가 국가의 보조를 얻어 송광사를 세웠는데, 태자 보천이 왕위도 버리고 불교에 귀의해 득도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낙안의 불고개굴은 ‘사람으로 변한 여우가 벼락 맞아 죽은 곳에 생겨난 굴’이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한 봇짐장수가 밤에 고개를 넘다가 소나기를 만나 근처의 초가집으로 피신하였다. 그 집은 상여를 두는 집으로 귀신이 덤벼들었으므로 봇짐장수는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다. 한참을 가다 소복을 한 여인이 큰 나무 밑에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숨어서 여인이 하는 양을 살펴보았다.

여인은 무덤으로 가서 시체를 파내 두개골을 꺼내 들고뛰기 시작하였다. 그때 벼락이 떨어져 봇짐장수는 정신을 잃고 다음 날 아침에야 깨어났다. 그 앞에는 흰 여우 두 마리가 죽어 있었고 큰 굴이 생겨나 있었다. 이후 이 고개에서는 귀신이 나오는 일이 없어졌다. 이때부터 이 고개는 ‘불고개’가 되었고 그 굴은 ‘불고개굴’이 되었다.

산업·교통

순천시는 산지가 많아 경지 면적은 20%에 불과하나, 경지 면적 중 논밭의 비율이 2 : 1로 논농사가 중심을 이룬다. 큰 댐인 주암댐과 상사조정지댐이 있어 이 지방의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와 수해 예방에 도움을 주며, 상사조정지댐에서는 적은 양의 전력도 생산한다. 그리고 주암면의 행정저수지와 별량면의 운천저수지는 이 지역의 농업용수 공급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기온이 따뜻하고 연중 강수량이 많아 논농사에 유리하다. 주요 농산물은 쌀·보리·콩·팥·고구마 등이며, 특용 작물로는 대마·참깨·들깨·잎담배·차나무·인삼 등이 재배되는데 남부 해안지역에서는 인삼 재배도 한다. 과일로는 특히 단감이 많이 나며 배·사과도 소량 생산한다.

겨울철에 따뜻하고 해동이 서울에 비해 15일 정도 빨라 고등 원예 채소를 재배하는 데 적지이다. 겨울철 기온이 온난해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고등 원예 재배가 늘어남에 따라 고추·마늘·오이·채소·토마토·딸기·화초·느타리버섯 등이 호남·남해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부산 등 대도시로 대량 출하되며, 정원수도 많이 재배한다.

산림 면적이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지만, 침엽수림의 소나무가 대부분이어서 목재 생산은 낮은 편이다. 승주읍과 황전면·주암면·송광면 일대에 용재림(用材林)이 조성되어 있으며, 임산물로는 표고버섯의 생산이 많고 밤·대추·도토리·은행 등이 많이 난다.

순천만에서 멸치·전어·문어·쥐치 등이 잡히며, 연안은 어패류 양식의 적지로 고막·바지락·맛·우럭·소라 등이 양식된다. 특히 별량면과 해룡면에서의 고막·새고막·굴 양식은 이 지방 수산업의 중심을 이룬다. 내수면의 담수어 양식도 활발하고, 동천과 이사천 하류에서는 실뱀장어가 많이 잡힌다.

2차 산업은 매우 부진하며 비교적 큰 제조업체로는 식품 공장과 주정(酒精) 공장이 있다. 이 밖에 사료공장, 콘크리트공장, 쥐포생산공장, 정미공장 등이 있다. 서면 압곡리에는 순천산업단지가 있으나 입주 업체가 적어 거의 방치된 상태이며, 주암면에는 농공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각종 생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예로부터 인접지역의 농산물 집산지로서 발전해 온 이곳에는 상당한 규모의 상설 및 정기 시장과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있으며, 13개의 일반 시장과 8개의 정기시장이 있다. 순천 시내의 4개 시장 중 중앙시장은 상설시장으로 민영화되었으며, 역 앞의 역전시장도 상설시장으로 주로 아침에 수산물 거래가 이루어진다.

북쪽에는 상설 시장과 정기 시장을 겸한 북부시장(일명 우시장)이 있다. 일제강점기까지는 2·7일에 개시했으나 1944년에 남부시장이 개설되면서 개시일이 5·10일로 바뀌었다. 남부시장(일명 아랫시장)은 2·4·7·9일에 더 성황을 이루는 상설 시장으로, 북부시장과 달리 가축 시장도 겸하고 있다. 남부시장은 순천·광양·구례 및 여수 일대 농수산물의 총집산지가 되고 있다.

남부·북부 두 시장에서 공산품 판매는 고정 점포를 가진 상인들이 담당하지만, 농수산물은 도매상인들이 산지로부터 보급하고 판매는 소매상인들이 전담한다. 순천 인접지역 농민들은 농수산물 판매를 목적으로 순천의 정기 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농촌의 작은 시장에서 구입하기 힘든 물건이나 대량의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을 이용한다.

순천의 시장이 도시의 장(場)이면서 정기 시장으로 운영되는 것은 이처럼 농민과 소매상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6개의 정기 시장으로 황전면의 괴목장이 4·9일, 승주읍의 승주장이 1·6일, 주암면의 광천장이 3·8일 그리고 창촌장이 2·7일, 송광면의 송광장이 1·6일, 별량면의 별량장이 3·8일에 열린다. 해룡면 월전리에는 대규모 도매시장인 순천시농산물도매시장이 있다.

명물로는 송광사능혈버섯·도사장어(道沙長魚)·고들빼기 등을 들 수 있다. 능혈버섯은 조계산·모후산 일대와 월등면·황전면에 자연 분포하는 버섯으로 향버섯 또는 능이(能栮) 버섯이라고도 하는데, 식용 버섯으로 마르면 강한 향기가 난다.

도사장어는 이 지방에서 잡히는 민물장어로 몸이 가늘고 길이가 60㎝ 정도 되며, 배지느러미가 없고 뒷지러미·등지느러미·꼬리지느러미가 완전히 붙어 있다. 순천만·도사천·이사천·보성강 일대에서 많이 잡히며, 이곳에서 잡힌 실뱀장어는 일본 등지로 수출도 한다.

순천에서 생산되는 고들빼기는 이 지방의 특산 명물로서 옛날부터 이름이 높다. 길이 12∼80㎜인 2년생 초목으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자줏빛이 나며 털이 없다. 식용으로 쓰이며 봄철에 나는 어린잎을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이 지방에서는 가을철에 뿌리·잎을 포함해 통째로 김치를 담그는데, 이 고들빼기김치가 입맛을 돋우는 구실을 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또한 낙안면에서는 더덕으로 담근 사삼주가 주산품이다.

교통은 전라선과 경전선이 교차하고, 호남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가 통과하며, 국도도 이곳을 기점으로 부산·여수·광주·전주·목포로 연결되어 있어 동부 전라남도의 교통의 요지이다.

1930년에 송정리∼여수 간 철도가 처음 등장했고, 1936년에 익산∼순천 간의 전라선이 개통되어 일찍부터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1968년에 진주∼순천 간의 경전선이 개통되어 영·호남을 연결하는 길목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전주에서 여수로 이어지는 17번 국도와 목포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의 교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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